소규모 농업 자동화

운영 & 기록 - 비 오는 날 자동 급수 장치가 작동한 놀라운 결과

infor-find-infor 2025. 8. 12. 08:30

1. 실험 배경과 자동 급수 장치 도입의 필요성

소규모 농업 현장에서 안정적인 작물 생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물 관리’입니다. 물은 작물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며, 공급 시기와 양을 잘못 맞추면 치명적인 생육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이나 건조한 계절에는 수분 부족으로 인한 생육 저하, 반대로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시에는 과습으로 인한 뿌리 부패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실험에서는 토양 수분 센서와 자동 제어 모듈을 결합한 자동 급수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토양 수분 센서: 토양 속 수분 함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데이터를 전송
  • 제어 모듈(마이크로컨트롤러):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급수 여부를 자동 판단
  • 전동 밸브: 제어 모듈의 신호에 따라 급수 라인의 개폐를 담당
  • 급수 라인(드립관): 작물 뿌리 근처에 균일하게 물을 공급

장치는 토양 수분이 설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론상 비가 오면 토양 수분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므로 급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실험 중 비 오는 날에도 장치가 작동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운영 & 기록 - 비 오는 날 자동 급수 장치가 작동한 놀라운 결과

2. 비 오는 날 발생한 예기치 못한 작동 상황

2025년 8월 10일, 실험이 진행 중인 농장에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잔잔한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기상청 기록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하루 강수량은 12mm, 이는 토양 깊이 10cm 이상에 수분이 충분히 스며드는 양입니다.

하지만 실험 데이터를 확인하던 중,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자동 급수 장치가 작동한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설정한 토양 수분 기준치는 25%였으며, 비가 오면 이 수치를 충분히 넘기기 때문에 작동이 불필요했어야 합니다.

당시의 센서 로그를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1. 오전 10시 이전 수분 수치: 23% → 24% → 23% (강우로 인한 급격한 상승이 나타나지 않음)
  2. 오전 10시 작동 직후: 23% → 28% (급수 후 상승)
  3. 오후 3시 이전: 26% → 24% → 23% (다시 하락)
  4. 오후 3시 작동 직후: 23% → 33% (급수 후 급격히 상승)

즉,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센서가 ‘수분 부족’ 신호를 보냈고, 장치는 이를 급수 명령으로 인식했습니다. 이는 센서 위치·설정 문제, 혹은 빗물 침투의 시간차로 인해 발생한 가능성이 큽니다.

 

3. 원인 분석 — 왜 비 오는 날에도 급수 장치가 작동했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했습니다.

(1) 센서 위치 문제

센서가 설치된 위치는 작물 뿌리에서 약 10cm 떨어진 지점이었고, 그 위에는 멀칭 필름이 덮여 있었습니다. 멀칭 필름은 잡초 억제와 수분 증발 방지에 유용하지만, 빗물이 토양에 침투하는 속도를 늦추는 단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가 내리더라도 센서 주변 토양은 즉시 습해지지 않았고, 장치는 이를 ‘건조’ 상태로 인식했습니다.

(2) 임계값 설정의 과도한 민감도

센서의 토양 수분 기준값(25%)이 다소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는 여름철 고온 건조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강수량이 일정한 날에는 불필요한 작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빗물이 아직 센서 주변에 도달하지 않은 시점에 ‘수분 부족’ 판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3) 강우량의 지역적 편차

실험 농장이 위치한 지역은 강우량이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기상청 측정소 기준으로는 12mm였으나, 실제 재배지 일부 구역에는 이보다 적은 양의 비가 내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규모 농장에서 이런 편차는 생각보다 빈번히 발생하며, 특히 산간 지역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4. 데이터 비교와 생육 반응

작동일의 토양 수분 곡선을 그래프로 분석하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납니다.

  • 자연 강우로 인한 상승: 완만하고 서서히 증가
  • 자동 급수로 인한 상승: 단기간에 급격한 수분 증가

첫 번째 작동 후 토양 수분은 28%까지 올라갔고, 두 번째 작동 후에는 33%까지 증가했습니다. 과습 상태가 되자 일부 작물에서 ‘잎 처짐’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물이 뿌리 주변에 과도하게 고여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water stress 반응입니다. 다행히 24시간 후 토양 수분이 26%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대부분 회복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자동 급수 장치의 과도한 작동이 단기적인 과습을 유발했지만, 전체적인 수분 안정성에는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강우량이 일정치 않은 날씨에서는 장치가 오히려 토양 수분 변동 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5. 향후 개선 방안

이번 사례는 단순히 ‘비 오는 날 장치가 잘못 작동했다’라는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 농업 자동화 시스템을 현장 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학습 사례가 되었습니다. 향후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센서 위치 최적화
    • 빗물이 신속히 스며드는 위치에 설치
    • 멀칭 필름 아래가 아니라, 직접 빗물에 노출되는 토양 지점에 보조 센서 배치
  2. 이중 센서 시스템 도입
    • 메인 센서와 보조 센서를 병렬로 연결해, 한 쪽에서만 건조 신호가 올 경우에는 작동을 유예
  3. 기상 데이터 연동
    • 실시간 강우 센서를 설치하고, 비가 감지되면 일정 시간 급수 기능을 중단
    • 기상청 API를 활용해 강우 예보 시 사전 차단 기능 구현
  4. 작물 맞춤 임계값 설정
    • 고온 건조기에 적합한 값과, 장마철에 적합한 값을 자동 전환
    • 작물별 뿌리 특성에 맞춘 토양 수분 목표치 설정

 

6. 이번 실험이 주는 교훈

스마트팜 기술은 ‘기계가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현장 데이터와 장치 설정의 세밀한 조율이 필수입니다. 이번 사례는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환경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였으며, 이를 보완하면 시스템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자동 급수 장치가 작동한 사건은 의도치 않은 문제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장치 설계 개선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